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기업 합병은 단순한 절차가 아닙니다. 특히 두산과 같은 대기업의 경우, 주주 구조와 기업 가치를 고려한 복잡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최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발표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산 합병 사례를 통해 기업 합병의 이유와 그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두산 합병 배경과 이유

2024년 7월 11일,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하고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즉,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옮겨가겠다는 내용입니다. 두산은 이 계획의 주요 목적이 스마트 머신 관련 계열사 간 기술 교류와 업무 협력을 강화해 시너지를 내고, 장기적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경영 합리화를 추진하여 기업 가치 및 주주 가치를 재고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두산밥캣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 기계 제조업체로, 두산이 2007년 미국 건설 장비 회사 밥캣을 인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밥캣을 5조 원에 인수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두산은 밥캣을 포기하지 않았고, 현재 두산밥캣은 두산 그룹 내에서 가장 알짜배기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밥캣은 현재 미국의 소형건설기계 시장 점유율 약 70%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2023년 매출액 10조 원, 영업이익 1.2조 원 이상을 기록하며 두산을 살린 일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에 설립된 로봇 제조업체로, 2023년에 코스피에 상장되었습니다. 아직 매출은 크지 않지만, 미래 로봇 산업의 성장을 기대하며 투자되고 있는 회사입니다. 2023년 매출액 530억 원, 영업 손실 192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좋지는 않지만 현재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와_두산밥캣_두산로보틱스_간의_합병에_따른_지분_변화



합병의 경제적 논리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에서 중요한 것은 합병 비율, 즉 가격입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은 4.9조 원, 두산로보틱스는 5.4조 원으로 두산로보틱스가 더 큽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비슷하기 때문에 1대 1로 합병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적과 자산가치 등을 고려하면 두산밥캣이 불리하죠. 두산밥캣의 매출은 두산로보틱스의 약 200배, 영업이익도 1.4조 수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두산로보틱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시가총액은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가 더 큰 상황입니다. 따라서 두산밥캣 주주들이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합병의 숨은 의도

이번 합병에서 주목할 점은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입니다. 두산밥캣의 주식 교환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의 지분을 늘리면, 두산 그룹은 두산밥캣의 지분을 14%에서 42%로 높일 수 있습니다. 현재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의 46%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두산의 간접 지배 지분은 약 14%(30%*46%)입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이 1:1로 합병을 한다면 이 과정에서 두산의 두산밥캣 지분이 42%로 상승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두산 그룹의 저평가 알짜기업인 두산밥캣 지분을 14%에서 42%로 높인 것이죠.

이는 두산 그룹 입장에서 저평가된 두산밥캣의 지분을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의 지분으로 교환함으로써, 두산밥캣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합병 후 두산밥캣의 배당을 늘린다면 42%를 두산그룹이 가져가게 되겠습니다. 


주주의 입장

지배주주인 두산은 큰 이익을 보는 반면, 이런 상황에 피해를 보는 쪽은 두산밥캣 주주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상장 폐지 후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게 되는데, 이는 두산밥캣의 안정적인 사업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에게는 원치 않는 큰 변화입니다. 추후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면 좋은 일이지만 두산로보틱스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해도, 현재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불안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저평가 회사는 주가를 누르고, 다른 회사는 주가를 펌핑한 다음 합병하여 주식을 교환하는 식의 전략은 지배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법입니다. 예로부터 많이 사용되는 합병 전략입니다. 

물론 아직 이 합병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2024년 9월에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 소액주주는 주식 매수 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식 매수 청구권이란 내 주식을 매수해 가라는 의미인데요. 1주당 행사 예정가는 두산밥캣 50,495원, 두산에너빌리티 20,890원, 두산로보틱스 80,472원이라고 합니다. 주식매수청구는 총합 두산밥캣 약 1조 5천억원, 두산에너빌리티 약 6천억원, 두산로보틱스 약 5천억원 한도에서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이 아니라,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중요한 결정입니다. 주주들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이익과 단기적인 불안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지배주주의 이득은 눈에 보이지만 소액 주주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합병은 아닌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