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어보았습니다. 제목은 수도 없이 들어봤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최근에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보고 너무 좋아서 같은 작가의 다른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구입했어요. 

황금가지출판사의_도서_그리고_아무도_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에디터스 초이스

서점에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검색해보면 2~3가지 출판사 본이 나옵니다. 가장 쉽게 보이는 버전은 황금가지출판사와 해문출판사입니다. 두 출판사 버전 모두 처음 나온 지는 오래되었네요. 황금가지출판사 번역본은 2013년에, 해문출판사 번역본은 2002년에 초판 발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이전, 1990년대 번역본도 있었지만 저는 그 중에서 황금가지 출판사를 선택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라고 되어 있기도 했고, 그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출판된 것 같아서요. 책을 받아 확인 하니 1판 1쇄가 2013년 12월 31일에 찍혔네요. 제가 받은 책은 1판 29쇄 2023년 11월 28일 판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의 클래식 답게 독자들이 많이 찾았을 터, 10년간 29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10년 간 1판(초판)으로 인쇄가 되었네요. 아마 오탈자나 번역오류가 적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오타로 의심되는 단어와 표기 오류를 보긴 했는데 독서에 방해가 될 정도로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외국 도서를 읽을 때 번역투가 심하게 느껴지면 몰입에 방해가 많이 되더라고요. 오탈자는 기본이고요. 그런데 황금가지출판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어보니, 그런 문제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작품 자체가 1930년대에 쓰였고, 배경도 그 즈음일 거라 오래된 느낌이 날 수는 있지만요. 문장이 쉬워서 술술 읽히는데, 거기에는 번역도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가끔 아쉬운 번역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끽연실'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평소에 끽연실이라는 말 안 쓰잖아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만 생활하면서 한 번도 안 써봤을 것 같은 단어로 번역되어 있어서 조금 의아했습니다. 그곳이 특별히 중요한 장소거나 특별히 그런 단어를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흡연실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어요. 물론 큰 문제는 아닙니다.


문장은 쉽고 빠르게 술술 읽힙니다. 그래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기에 좋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멋진 대사나 생각해볼만한 문장 같은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평소에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체크해두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범인이 궁금한데 빨리빨리 읽을 수 있어서 좋기는 하네요. 이 작품에 에르큘 포와로 탐정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는 중에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열 개의 인디언 인형

이 작품은 영국에서는 <열 개의 인디언 인형: The Ten Little Indians)>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인디언 인형을 가지고 패러디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읽다보니 예전에 연극으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어쩌면 비슷한 컨셉의 추리장르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그 작품은 분명 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요.


만약에 애거서크리스티의 작품을 읽으면서 어디서 본 것 같거나, 진부한 전개같거나 트릭이 신선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건 이 작품이 별로여서가 아닙니다. 바로 이 작품이 그런 트릭과 전개의 시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만큼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 이후에 나온 수많은 추리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평소 추리소설을 많이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 장르의 클래식을 읽는 의미가 있을 거고요. 일반 독자들 또한 정통 추리소설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